기억의 꽃 · Phantom Blade 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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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나눈 혈육이 어찌 서로 다투는가? 한 끗 생각의 차이가 끝내 광기에까지 이르렀구나.

떠날 수 있는 자는 진작 달아났고, 남은 이들은 침상에 눕거나 책상에 엎드린 채 깊이 잠들어 아무리 부르고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나중에는 잠들어 있던 사람들마저 사라져 침상도 책상도 텅 비어 버렸다. 마치 그 집들에는 처음부터 바람과 먼지만 머물렀던 것처럼.

사자머리 들면 영기가 모이고, 사악함을 몰아내 천지를 지킨다. 허나 오늘날 요사한 것들은 사람의 탈을 쓰고, 문밖을 피하기는커녕 도리어 안에서 잔치를 벌이는구나.

우물 밑 그윽한 소리가 환상인 줄 알면서도 그 잔향을 그대의 목소리로 여기네. 소리마다 하소연이요 소리마다 흐느낌이니, 남들은 믿을지언정 스스로를 어찌 속이랴?

의발을 이어받아 뜻을 계승하고, 배운 바를 바탕으로 문파가 강호에 뿌리내릴 자리를 마련한다. 그리고 그 뜻이 대대로 이어질 때, 비로소 한 문파의 백 년 영광이 만들어진다…… 모든 것은 원래 그래야 했다.

공명이란 맹렬한 불길처럼 불나방을 모조리 태워 버릴지라도, 가진 것을 전부 걸지 않고 어찌 출세의 길을 얻겠는가?

묵기자는 어디에 있는가? 진영에서는 점차 아무도 묻지 않았고, 감히 대답하는 이도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가 이 위기에서 구해 주길 기다렸고, 누군가는 희미한 희망을 좇아 달아났다.

곤륜삼걸의 이야기는 어제 일처럼 귓가에 맴돌건만, 정파를 이끌고 대영을 지키고 있는 자는 이제 황행자 한 사람뿐이다. 그런 그가 '용체술'이라는 칼을 빼 들어 정파 안에 이미 존재하던 균열을 찔러 벌렸다.

무림은 결국 후대의 것이다. 하지만 만민을 걱정하는 선배라면, 혼란한 세상 속에서 홀로 몸을 보전할 수는 없다. 이미 긴 어둠에 갇힌 후배가 있고, 아직 날개조차 펴지 못한 후배도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이 늙은 몸을 불살라, 어둠을 가를 한 줄기 빛을 밝혀야 한다.

누군가는 궁지에 몰려서도 여전히 과거를 부여잡고, 누군가는 난세에 굳센 기개가 꺾여 무기를 내던진다. 마을을 집어삼키는 사악한 존재는 일말의 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으니, 죽기로 싸우지 않으면 타락과 몰락의 길밖에 없는 듯하다.

어머니가 떠나신 뒤 작은어머니의 말은 아버지의 마음에 한마디 한마디 박혔지만, 그들이 수없이 한 말은 반마디도 귀담아듣지 않으셨다.

그 대재앙은 이무림 깊은 곳의 어둠에서 비롯되었으나, 결코 광인의 헛소리나 조각난 기록에 그치지 않았다. 지금 그것은 표무림의 '균열' 뒤에 숨어 '호심' 위에 가로놓여 있다.

괴면은 이 땅을 쉽게 파괴할 수 있고, 정파 역시 패배하더라도 원한다면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대대로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어찌 고향을 버리고, 깊은 잠에 빠진 혈육을 내버려 두거나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을 한 목인에 맞설 수 있겠는가?

무림의 온갖 비밀을 수집하고 사람들의 욕망과 집착까지 쥐락펴락하는 금옥각의 여주인. 마치 세상 모든 일에 손이 닿는 듯하지만, 정작 그녀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딸의 무사함.

몰락, 부상, 비겁함, 피폐함…… 추락은 한순간이다. 하지만 바른 길을 지키는 일은 언제나 고되다. 끊임없이 수련하고 인내해야 하며, 때로는 옛정을 끊고 한때 같은 문파였던 이에게 칼을 겨눠야 한다.

숲은 숲을 비추고, 거울 속에는 또 다른 거울이 생겨난다. 사방 어디를 보아도 비치는 것은 오직 자신의 모습뿐. 그러나 밤낮조차 구분되지 않는 이 감옥에서 빠져나갈 길은 단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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